2016년 5월 25일
군인일 때, KTX역부터 부대까지 택시를 참 많이 탔다. 지하철도 있었지만 병사의 휴가시간은 무척 소중 하기에, 또 3000원 안팎의 요금이 나왔으니 그리 사치스러운 행동은 아니었다. 병사 대부분 택시를 탔으니까.
예전에는 항상 술에 취해 택시를 타던 것에 비해 복귀한다는 마음에 정신이 깨있던 채로 택시에 탔다. 톨스토이의 문장을 빌리자면 좋은 택시기사는 한 모습이지만 나쁜 택시기사는 전부 그 이유가 제각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마치 부대장인 마냥 반말을 툭툭 던지는 기사님이 계시는가하면 막힌다는 핑계로 뱅뱅 돌아 목적지에 내려주신 기사님, 불편할 정도로 야당을 욕하던 기사님 까지. 정말이지 이유도 여러가지였다.
12년 대선이 끝난 이후에 누군가를 만날 때 속으로는 이 사람은 누구에게 투표 했을까, 하기는 했을까 궁금했다. 내 인간관계 속에서는 그녀에게 표를 준사람이 없었는데 그녀가 당선 됐기 때문이다. 학교를 가는 길에도 지하철에 앉아있으면 여기 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표를 줬겠구나 생각했다. 훈련소에 갈 때도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녀에게 도장을 찍은 사람이 누굴까 짐작하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이후 복귀 하는 날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수습 상황을 방송하고 있었다. 어지러운 마음으로 듣고있던 찰나에 기사님이 내게 지난 대선에 누구를 뽑았냐고 물었다. 군복을 입고있었지만 한바탕 할 마음으로, 그 당시 투표권이 없었지만 문재인을 지지 했다고 말했다.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당연히 그녀의 지지자일거라 예상했다. 그랬더니 그 기사분도 문재인을 뽑았다고 했다. 대구에서 문재인을? 너무나 궁금한 마음에 이유를 물어봤는데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하잖아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암탉’ 이후부터 나 자신도 무척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애초에 각자의 세계와 현실 세계는 무척이나 동떨어져있구나,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력의 교체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번 강남역 사건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논평을 보며 문득 이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