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6일
어릴적 내가 생각하던 어른은 힘들고 싫은 일도 피하지 않고 묵묵히 처리하고, 어린애처럼 어리광부리지 않고, 침착하고, 여유있고.. 남들에 공감도 잘하는, 밤을 새더라도 다음날 짱짱한 그런 완벽한(?!) 존재였다.
입대하고난 뒤 뭔가 보통 21살 대학생과는 조금 다른 성인대접을 받고나서부터 여러가지 선택에서 고민이 많아졌다. 난 아직 어린아이인데, 행동하나에, 말투하나에 신경쓰게되면서 어른이 점점 되가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한참 모잘랐고, 본디 어른이 아니기에 스트레스만 쌓일뿐...
그런데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대한 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모두 함께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효과적인 어른 흉내 요령을 터득하는 과정일뿐 사실 내용물은 어린애인 상태 그대로가 아닌걸까. 하기싫은 일은 어릴적 숙제 하기 싫었던 것 처럼 여전히 하기 싫지만 단지 선택의 기로에서 답이 다를뿐. 어릴 때는 '아아! 나 이거 하기 싫어! 하고 발을 구르는 선택보다 지금은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 깨작깨작 그 일에 접근하는 선택으로 갈 뿐이라는 것. 친구에게 섭섭한 일이 생겼을 때 문자로 대뜸 너 싫다라고 말하기 보다 지금은 한숨 한번 크게 쉬고 '그건 좀 그렇지 않았니'라고 말하는 선택할 뿐이라는 것. 하기 싫은건 똑같고 화나는 것도 똑같고 섭섭한 것도 똑같다. 단지 태연한 표정, 하하하! 하는 헛웃음 같은 기술을 익혀서 사기를 더욱 잘 칠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존경스럽다 이 시대의 어른들..!